[대학입시준비반] 막내를 독일로 유학 보낸 아버지의 이야기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2.11.29 405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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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다. 그러나 최상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매번 아쉬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저 선과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의 성향에 따라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가정은 많지 않다. 우리도 그랬다. 여기저기 좋다는 학원도 알아보고, 시간에 맞춰 차로 대기하고 있다가 부지런히 태우고 다녔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중학교 때까지 최상위의 성적을 유지했다. 아이는 공부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 보였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는 인근 고등학교에서 유혹의 손짓(제주도는 선지원 후 추첨 시스템이다)도 받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의향은 어떠냐고 물으니 이과로 가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동안 받은 수상실적이 아까워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긴 초중학교 다니면서 아이가 받은 상장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교과우수상뿐만 아니라 창의력 분야의 상장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탐구보고서나 제안서를 만들어 발표하는 분야에 두드러지게 관심을 보였다. 밤을 새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앉아서 하는 학교 내신공부보다는 아이디어를 짜내 제안서를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작품을 완성해 내는 과정에 몰두했다. 중학교 때 받았던 성적을 고등학교에서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개교 이래 가장 많은 교내외 수상실적을 자랑하는 아이가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는 동안 아이는 재수를 선택해야 했다. 갈등과 방황의 시간이 길어졌다. 부모로서 안타까웠다. 그러나 결코 절망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모두를 병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아이에게 일단 방송통신대학에 적을 붙인 상태에서 재수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의향을 물었다. 앞날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는 순순히 따랐다.
재수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독일 유학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학비가 무료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는 독일 사회에서 삶의 자세를 익히고 오길 기대했던 것이다. 세상 어느 나라든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게 마련이겠지만, 내게 있어서 독일은 좋은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자립적이고 검소한 생활태도가 그랬다. 덧붙인다면, 철학과 기계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제일이라는 점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학을 한다면 아이는 차라리 미국을 선택하고 싶어 했지만 결국 독일로 방향을 정하게 됐다. 다들 알다시피 독일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내(한국) 대학에서 최소 70학점을 받으면 곧장 현지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가 방송대에서 두 학기 동안 4.5 만점에 4.3의 학점을 취득해 놓은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독일문화교육원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정확한 정보 제공, 독일어 학습, 적절한 상담 등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처음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실망과 회의, 두려움 때문에 막막해지곤 햇을 것이다. 그때마다 독일문화교육원의 신유정 선생님과 ㅌ오화를 하며 맘음을 다잡곤 했다. 부모가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주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정과 그 이후의 일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이끌어 주는 누군가가 있는 한 아이는 꿋꿋하게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 그 누군가 가운데 한 분이 신유정 선생님이다. 물론 원장님과 선생님들을 포함해서... 아이는 지금 베를린 공대에서 컴퓨터와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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